[박근종 칼럼]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어 전 분기 대비 1.3%나 성장하면서 본격적인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5일 발표한 ‘국민소득(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1.3% 성장했다. 지난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분기별 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0.3%)부터 2분기(0.6%), 3분기(0.6%), 4분기(0.6%), 올해 1분기(1.3%)까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그간 부진했던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분기 GDP의 ‘깜짝’ 성장을 견인했다. 1분기 정부 소비는 0.7%, 민간 소비는 0.8% 증가했다. 전 분기에는 각각 0.5%, 0.2% 증가했는데, 한 분기 만에 증가 폭이 대폭 커졌다. 정부 소비와 민간 소비 모두 작년 3분기(정부 소비 0.2%│민간 소비 0.3%)부터 3분기 연속 증가세다. 전년동기비 성장률은 3.4%로, 이 또한 2021년 4분기(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기 대비 2.5%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2.2%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깜짝 성장’ 이후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조되는 국제 정세 불안과 대외 경제 불확실성, 국내 정치 리스크 등 이제 막 성장 흐름을 타려는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 장기 침체의 늪으로 빠뜨릴 수 있는 변수들이 산적해 있다.

게다가 지난달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6조 원이나 줄었다. 경기 둔화 여파로 법인세가 5조 6,000억 원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30일 발표한 ‘3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국세 수입은 26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조 원 감소한 규모다. 올 1~3월 누적 국세 수입은 84조 9,000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2조 2,000억 원이나 줄었다. 세목별로는 지난달 걷힌 법인세는 15조 3,000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5조 6,000억 원이나 줄었고, 법인세는 1~3월 기준 5조 5,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위축된 탓이다. 소득세 수입도 감소했다. 1월부터 3월까지 걷힌 소득세는 27조 5,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2.5%인 7,000억 원이 줄었다. 이자소득세는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세는 16조 8,000억 원으로 작년보다 1조 7,000억 원이 감소했다. 주요 기업의 성과급 감소로 근로소득세가 줄어든 탓이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신고납부 증가와 환급 감소로 22.5%인 3조 7,000억 원이 증가한 20조 2,0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거래세는 2,000억 원,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000억 원 증가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5% 급감했다. 코스닥 상장사 영업이익도 35.4% 줄었다. 문제는 법인세 실적 부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12월 결산법인의 경우 법인세를 8월 한 차례 중간 예납하고, 이듬해 3월 나머지를 내게 된다. 지난해 적자를 예상하지 못하고 법인세 절반을 미리 납부한 기업들의 경우 오히려 냈던 법인세를 환급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장 3월 누계 세수진도율은 23.1%로 5년 평균 25.9%보다 2.8%포인트나 낮다. 3월 한 달 기준으로는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역대급 세수 결손을 기록했던 지난해 25.3%보다도 낮다. 세수진도율은 정부가 걷어야 할 목표 세수 가운데 실제 걷어 들인 세수 비율로, 진도율이 낮을수록 세수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3월 당시 세수진도율은 21%였다.

우리나라 재정은 지난해 국가채무(D1)가 전년 1,067조 3,000억 원보다 59조 4,000억 원이 증가한 1,126조 7,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2,236조 3,294억 원의 50%를 넘어서고, 56조 4,000억 원의 역대급 ‘세수 펑크’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 이후에도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 적자 탓에 올해 법인세를 내지 않는 데다 매출 1,000억 원 이상의 상장사 624곳이 내년 이후 잠재적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법인세가 16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저성장 장기화의 터널에서 벗어나 경제 재도약을 하려면 국내외 불확실성과 길어지는 세수 펑크에 대비한 ‘재정 방파제’를 견고하고 튼실하게 쌓는 동시에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동력을 재점화해야 한다. 지금은 노동 개혁, 규제 혁파와 함께 초격차 기술 개발, 전문 인재 육성 등에 주력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바이오, 방산, 원전 등 신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무거운 규제와 어려운 인허가에 발목이 잡혀 반도체 공장 설립이 수년째 표류하고 국가 핵심기술 경쟁력이 도태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방기하고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지금은 국가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취약 계층 집중 지원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국가 차원의 다양한 연구개발사업을 비롯해 이를 뒷받침할 각종 세제 혜택과 기반 시설 구축사업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 총력 매진해야 한다.

사진=박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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