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민예의 이혜연 예술감독 김성환 작 연출의 청춘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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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비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청춘마당>은 연극이지만 판소리와 타악, 그리고 대중가요가 가미된 마당놀이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종의 실버연극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 대중극이다.

극단 민예는 국립극장장이자 작고한 극작가·연출가 허규 선생이 1973년 5월에 창단하고, 탁월한 배우이며 연출가인 정현 대표가 그 뒤를 이었다가 근자에 이르러 미모의 여배우이고 성격배우인 이혜연이 대표직을 승계했다.

<청춘마당>은 실버세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연극이다. 평생 해오던 일을 접고 새로운 생활과 여유를 예능 방면에서 찾는 일부 멋스러운 실버들의 구성진 이야기다.

21세기 우리 나라는 인구고령화가 더욱 진척될 것으로 예견되는데, 이에 따라 노년기에 주어지는 여가시간 역시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기의 연장은 사회적․가정적 역할 및 의무에서 벗어나 보다 시간적 여유를 향유할 수 있는 시기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여유시간을 보다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사회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년기 여가시간을 얼마나 유용하게 보내는가는 궁극적으로 삶의 질과 관련되며 성공적 노년을 성취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여건이 노년기 여가활동을 얼마나 가능할 수 있게 하는가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차원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따라서, 노년기 원활한 여가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인여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노인여가의 활성화가 시급히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극단 민예의 <청춘마당>은 노년기 여가활용의 좋은 예가 되고, 본보기가 된다 하겠다.

무대는 별다른 장치 없이 징, 꽹과리, 북, 장구 같은 타악기가 배경 막 가까이에 놓여있다. 출연자들이 각자 한가지 씩 타악기를 사용하고, 모두 합주를 한다. 무대 상수 쪽 벽면에 나란히 늘어놓은 의자를 출연자가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시키고, 다리를 접는 철제 식탁도 출연자가 들여오고 다시 내 간다.

마이크를 들여다 출연자들이 대중가요와 민요를 부를 때 사용한다.

내용은 평생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교장노릇을 한 65세의 남성이 한 평생교육원의 타악 교실의 지도 선생이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교실에는 징, 꽹과리, 북, 장구 그 외의 타악기가 비치가 되고, 첫 번째 수강생은 여성 2인과 남성 1인이다. 그중 한 여성은 60세가 넘고, 평소에 소리를 했는지, 판소리나, 창, 그리고 가요를 부르는 솜씨가 여간 뛰어난 게 아니다.

그런데 평생 혼자 살아왔다는 독특한 인물설정이고, 또 한 여성은 50데인데, 생선 장사를 했고, 역시 노래솜씨가 색다르다. 장윤정의 노래 "어머나"를 부르는데, 색다른 감성과 음색으로 열창을 한다. 그런데 자식들은 성장을 한 후 평생 시장에서 생선 장사를 한 어머니를 냉대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남성 수강생은 50대 초반인데, 대기업에서 전무까지 승진한 경력이 있지만, 명퇴를 한 후, 가족을 위해, 회사의 경비직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계속하고, 역시 자식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설정이다. 그리고 젊은 청년이 극의 해설자 겸 1인 다 역을 하면서 대소도구를 장면변화마다 이동을 시키고, 술집 장면이라든가 병원장면에서는 의사로 등장을 한다.

타악 교실 선생과 어울려 수강생 각자의 삶이 소개가 되고, 그들의 고뇌와 슬픔 그리고 희망이 타악 연주와 함께 펼쳐진다.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하고 상대에게 다가가지 않으려 들다가 차츰 가까워지는 모습으로 변화가 되고, 함께 연주연습을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런데 첫 번째 연주회 날짜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타악 선생의 악성질환 발병이 알려진다. 연주 날이 바로 선생의 수술 날로 알려지면서 발표회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대단원에서 연주회는 개최가 되고, 수강생들의 연주회가 성공하면서 갈채 속에 마무리가 되는 감동적인 장면으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공호석이 교장선생님으로 출연해 교장보다 더 교육자다운 풍모로 호연을 보인다. 강선숙이 수강생으로 출연해 부르는 노래가 예사롭지 않고, 득음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아, 분명 이 계통의 지도 선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홍석빈이 명퇴를 한 직장인으로 출연해 역시 호연을 보이면서, 준수하고 귀태가 철철 흐르는 모습에서 그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한다. 송정아가 생선장사 여인으로 출연을 해 호연을 한다. 그러나 생선 팔던 여인이라기보다는 정승 댁의 마님 같은 온화하고 자상스러운 모습에다 부잣집 맡 며느리 같은 체격이라 남성관객의 연모의 정이 집중된다. 신슬기가 해설자 겸 1인 다 역의 작중인물을 제대로 해 내고,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로 갈채를 받는다.

기획 이혜연, 타악지도 장일승, 기술감독 정현기 등 스텝 진의 열정이 피어나, 극단 민예의 김성환 작·연출의 <청춘마당>을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친 대중적 연극이자 마당극으로 창출시켰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email protected]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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