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박수연 기자] 주변에 있을 법하지만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캐릭터를 이보다 더 찝찝하고 비호감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천재감독과 연기천재들이 만나 기대하지 못한 시너지를 터트린 영화 ‘그녀가 죽었다’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영화이다. 

영화의 연출 및 감독을 맡은 김세휘 감독은 ‘치외법권’, ‘인천상륙작전’, ‘덕구’ 등 다양한 작품에서 각색과 스크립터를 맡아온 바 있다. 이번 작품은 김세휘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자칫 잘못하면 미화 등의 오해의 여지가 있는 캐릭터 설정까지 잘 소화해냈다.

의문이 드는 장치도 몇몇 있지만, 이 장치들이 비호감 캐릭터의 양면성을 더 극대화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약간의 아쉬움은 한소라 사건을 파헤치는 오영주(이엘) 형사의 역할이다. 남형사와의 갈등의 소재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여형사의 집념과 가치는 불편하고 어정쩡하게 남는다. 이엘의 연기와 무관하게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하는 소재로 끼워넣은 듯하다.

그럼에도 신뢰가 바탕인 공인중개사라는 업을 이용해 사생활의 영역을 훔쳐보는 남자 구정태와 거짓과 사치로 무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라는 비호감 캐릭터의 시점 연출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구정태 역의 변요한과 한소라 역의 신혜선의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가 더해져 보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게 했다.

전반 구정태, 후반 한소라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연출에서는 배우들의 세심함과 치밀함이 돋보인다. 나레이션 시간까지 생각하며 계산한 연기 덕분에 인물의 일반적인 대화보다 일방적인 나레이션 구조가 많았음에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거기에 사건이 전개되며 서서히 배우들의 연기력이 고조될때는 나도 모르게 숨죽이게 되고, 동시에 폭발하게 된다. 영화가 끝난 후, 왜 구정태와 한소라가 변요한과 신혜선이어야 했는지 납득을 넘어 공감하게 만든다.

영화는 공인중개사 구정태의 나레이션이 입혀진 일상 모습으로 시작한다. ‘관찰하기’가 취미인 그는 ‘나쁜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면서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믿고 맡긴 키를 가지고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가장 없어도 될 물건’의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비밀 공간으로 가져간다.

동네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그이지만, 편의점에서 소시지를 먹으며 SNS에 비건 샐러드 사진을 올리는 인플루언서 한소라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이에 흥미를 느낀 그는 평소라면 절대 그러지 않겠지만, 딱 한 사람 ‘한소라’를 특정해서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열쇠를 맡기지 않는 이상 한소라의 집에는 들어가 볼 수 없어 고심하던 날들이 이어지던 중, 한소라가 구정태의 사무실에 찾아온다.

이사할 생각 중이라며 구정태에게 열쇠를 믿고 맡긴 한소라. 

그 이후 구정태는 한소라의 집에 몰래 들어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집에 ‘가장 없어도 될 물건’을 꺼내오고, 다음 날 약간의 보수를 위해 다시 몰래 방문한 한소라의 집에서 피를 잔뜩 흘린채로 죽어있는 한소라를 목격한다.

구정태는 자신이 몰래 집을 드나든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로 신고하지 않았고, 또다른 목격자를 만들기 위해 새 집을 구하는 한 커플을 대동해 다시 방문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한소라가 흘린 피를 비롯해 한소라의 시체도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소라는 ‘사망’이 아닌 ‘실종’으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다.

한소라 실종 사건을 담당한 오영주(이엘) 형사의 수사망이 점점 구정태로 좁혀오자, 구정태는 자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직접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은밀한 취미를 낱낱이 알고 있는 듯한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편지를 받기 시작한다.

“모든 증거가 나를 가리킨다”는 상황에서 구정태는 한소라 실종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아나갈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나가는 한소라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은 무엇일지, 5월 15일 스크린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문화뉴스 / 박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 ㈜콘텐츠지오, ㈜아티스트스튜디오, ㈜무빙픽쳐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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