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경기 회복 기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을 내린 가운데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6%로 0.4%포인트 올렸다. 지난해엔 1.4% 성장에 머물렀는데, 올해 경기가 큰 폭으로 호전된다는 전망으로 반가운 진단이자 환영할만한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률이 올라도 민생 회복을 체감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이는 싸늘한 실물 경제의 지속이다. 성장이 주로 반도체 수출 증가에 의존하고, 내수 부문의 호전은 더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6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이날 공개한 ‘2024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중간 업데이트’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4개월 전의 2.4%보다 0.3%포인트 올린 것이다. 반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종전 2.4%에서 2.2%로, 오히려 0.2%포인트 낮춰 잡은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KDI가 지난 5월 16일 발표한 ‘2024 상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해서다. 이번 KDI의 성장률 전망 상향은 1분기에 거둔 예상 밖의 고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25일 1분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이 지난해 4분기에 견줘 1.3%(연율 5.3%, 속보치)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한국금융연구원은 2.5%로 높였다. 그러나 내수 회복은 더딜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올해 수출이 물량 기준으로 5.6% 증가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 데 반해, 민간 소비는 1.8% 증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률 수치를 크게 밑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에 의존한 성장 회복이라는 점도 경기 회복세가 확산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올해 들어 4월 25일까지 수출 실적을 보면 지난해에 견줘 183억 4,000만 달러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 증가액이 130억 6,000만 달러로 전체의 71.2%를 차지하고 있다.

KDI는 성장률이 올해 상반기 2.9%에서 하반기 2.3%로, 내년에는 2.1%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 속도가 하반기부터 다시 늦춰질 것으로 분석했다. 취업자 수 증가 폭도 올해 상반기 26만 개에서 하반기 22만 개로 4만 개나 줄어들고, 내년 17만 개로 올해 상반기 26만 개보다 9만 개난 줄어드는 등 계속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다.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은 상승률이 가팔랐고 국제정세 요인으로 석유류 가격도 2개월째 오름세를 보였다. 제롬 파월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5월 14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예상보다 둔화하는 속도가 더디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오는 5월 23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11차례 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듯 고금리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집계하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실질임금(물가 상승분을 빼고 계산한 임금)은 2021년 2% 올랐지만, 2022년 0.2% 감소했고, 2023년 1.1% 줄었다. 올해는 2월까지 받은 임금에 물가 상승분을 차감하고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4%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실질임금 감소 폭이 더 커졌고, 3년간의 감소 폭이 4%에 육박한다. 실질임금 증가에 기반해 가계 실질소득이 늘어나고, 이자 부담이 줄어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민생 회복이라 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크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17일 ‘최근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상승세가 굴곡진 흐름 속에 다소 둔화된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 흐름 또한 양호한 수준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경기 회복 기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긍정적 진단으로 반도체 중심 수출이 급증하고, 제조업 등 취업자 수가 늘며 고용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내수는 아직 부진하나,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데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지는 등 여건이 완화될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고용 흐름 또한 양호한 수준으로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긍정적 경기 진단의 방점은 수출과 일자리에 찍힌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869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0.9%(26만1,000명) 늘었다. 수출은 지난달 반도체, 자동차 등 판매가 늘면서 1년 전보다 13.8%나 뛰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1분기 수출액은 1,637억 달러로, 2022년 1분기 1,734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1분기에 견줘서는 8.3% 늘어났다.

그러나 낙관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취업자 수가 증가했다지만, 연령별로 60세 이상에서 29만2,000명이 늘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했다. 저임금 공공일자리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이에 반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자 미래인 40대와 20대의 취업자 수는 각각 9만 명과 7만7,000명이 감소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꿈’은 꾸어야 하고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경제가 저성장 장기화의 늪에 빠지고 고물가·고금리로 서민과 영세 기업의 고통이 커진 상황에서 장밋빛 비전 제시는 국민의 ‘희망 고문’만 확산시키고 공감은커녕 되레 공분과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 16일 발표한 최근 5년간(2018~2023년)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 추이 및 특징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5~69세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는 12.5로, 코로나 시기 이전 수준(2018년 12.9, 2019년 12.0)으로 거의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질 악화와 높은 체감 물가 상승률 탓에 체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체감 물가 상승률은 2022년 5.2%까지 급등한 후 2023년 3.5%로 둔화했고 지난 4월 2.9%까지 내려왔지만 2018년부터 2020년 상승률인 0~1%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체감실업률은 낮아진 것과 달리 일자리의 질은 더욱 나빠졌다. 2023년 주 36시간 이상 근로자는 2,051만 명으로 5년 전 2,066만 명 대비 0.8% 줄었다.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2023년 606만여 명으로 2018년 494만 명 대비 22.7% 늘었다.

경제·민생 문제 해결을 국민이 체감하게 하려면 현장을 토대로 실현 가능한 정책을 국민이 공감하고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의 한숨과 애환을 담아 만들어 실천해야만 한다. 일부 긍정적 경제지표만 부풀려 해석하고 비현실적인 비전을 남발하면 외려 역효과만 초래한다는 점을 깊이 명찰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올해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1.3%의 ‘깜짝 성장’과 KDI의 성장률 2.6% ‘장밋빛 전망’에도 체감하는 민생은 여전히 팍팍하다. 그나마 살아나는 경기가 탄력을 받고 각종 대외 변수와 압력에도 버틸 수 있도록 정부가 힘주어 추진하고 있는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과 산업 및 자영업 구조조정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민간 활력을 북돋울 규제 완화 등도 신속히 그리고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깜짝 성장’과 ‘장밋빛 전망’에 취해 긴장을 놓치고 실기해서는 안 된다. 작금은 고금리 기조가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을 상승시키는 등 내수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긴축 기조의 점진적 조정을 고려하고 내수진작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재정정책도 현재 다소 확장적인 기조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나갈 수 있도록 긴축재정으로 적자 폭도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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