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7시 50분 KBS1 방송

[문화뉴스 박소연 기자] KBS '인간극장'이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편 네 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세부 섬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북쪽 도시 캇몬, 그곳에서도 깊은 산골 두우얀 마을이 있다. 매일 아침 오두막집의 해먹을 열고 한국말로 마을 소년들을 깨우는 이가 있으니, 3년 전부터 마을의 ‘누나’로 통하는 한 사람, 한국인 임은영(52) 씨다.

‘은영’이라는 이름 발음이 어려워서 ‘누나’라고 불리기 시작했고 소년들이 부르자 마을 사람들도 ‘누나’ 따라 불렀다. 자기보다 연장자인 여자를 부르는 필리핀 말 ‘아떼’가 ‘누나’라는 걸 안 마을 사람들은 더 열심히 ‘누나’를 외친다. 

얼마 전까지 로스쿨에 다니던 남편 라젠(42) 씨는, 휴학하고 오지 산골에서 재능을 발휘 중, 직접 만든 닭장에 밥 주는 게 일과이고, 닭장은 아직 완벽하지 않아, 비 오면 천막으로 지붕도 만들어 준다.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농사 한 번 해본 적 없는 은영 씨는 영어 공부하러 왔다가, 순둥순둥 열 살 연하의 남편 라젠 씨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여행 차 간 제주에선 식당 일을 하고 겨울엔 귤밭에서 일했다. 필리핀 세부로 돌아와, 돼지농장을 만들어 보자며 캇몬 오지 땅을 샀지만,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차고에서 한국 음식을 팔았다. 

케이팝 열풍까지 더해 한국 음식은 필리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시내에 테이블 두고 본격적으로 식당을 차리게 됐다. 직원까지 두고 장사가 잘되니 남편이 슬며시 꺼낸 로스쿨의 꿈, 은영 씬 지지해 줬다.
 
3년 전, 코로나로 도시의 일상이 마비됐었고 부부는 돼지농장의 꿈을 다시 꿨다. 그렇게 도시와 산골을 오가며 닭장부터 시작해, 집까지 지었고 올해, 본격적으로 산골살이에 돌입했다.

물이 자주 끊겨 물을 길어다 써야 해서, 식당에 남는 통들을 잔뜩 쟁여오고, 도로에 남는 흙을 퍼다 화단에 옮긴다. 쉽지 않은 오지생활이지만 남편이 있어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캇몬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라젠 씨는 아내가 ‘빨리 일해라’, ‘로스쿨 공부 좀 해라’ 잔소리해도 항상 한국말로 ‘걱정하지 마라’~ 웃어넘긴다. 

한국에선 식당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던 은영 씨, 이젠 남편 라젠 씨와 함께 필리핀 오지생활까지 하며 예상치 못한 인생의 순간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3년 전, 두우얀에 터를 잡으면서 은영 씨에겐 친구들이 생겼다. 춤추며 ‘인조이 라이프’를 외치는 폴(15), 막내 여동생을 잘 챙기는 이스보이스(16), 그중 농구 잘하는 비제이(14)와, 은영 씨의 껌딱지인 이안(13)은 형제다. 

처음 마을에 들어와 야심차게 키우기 시작한 닭들이 돌림병으로 떼죽음을 당했을 때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다보니 슬픈 것도 잊었다는 은영 씨. 밥 사 먹을 데도 없어 길가에 불 피워 밥하고 있으면, 난생처음 보는 한국인 누나가 궁금해 호기심으로 모여들던 아이들과 밥 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고, 방학 땐 아이들이 해먹 하나씩 차지해 잠도 잔다. 

결혼 후, 원했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았던 부부에겐 이제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이들 함께 밥을 먹고, 일도 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바나나 나무도 함께 심고, 산에 달팽이도 따러 간다. 누나 은영 씨를 위해 나무에 올라 코코넛을 따고, 코코넛 주스까지 만들어 준다. 은영 씬 몸이 좋지 않은, 이안, 비제이 형제의 엄마를 보러 가고 아이들의 엄마는 은영 씨에게 ‘당신이 우리 아이들의 두 번째 엄마’라며 고마워한다.
 
방학이 되면 산골 소년들 도시구경 시켜준다 약속한 부부, 소년들은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게 마냥 신나고 가는 곳마다 눈이 휘둥그레진다. 시내 전망대에 올라, 오지마을 밖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시장에도 데려가는데, 아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사진= [KBS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네 번째 이야기 / 인간극장 제공

코로나가 터졌을 때 처음 가 본 마을 초등학교, 종종 들른 학교에서 우연히 교실 없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았다. 개인 방송을 통해 받은 한국인들의 후원으로 시작된, 4학년 교실 짓기! 새로 생긴 교실에 학생들과 선생님은 너나 할 거 없이 ‘누나’를 부른다.

은영 씬, 물 길어다 쓸 통도 도시에서 모아다 주고 여학생들에게 유기농 생리대도 건네는데, 학생들에게 염소를 보내고 새끼를 받아 학생들의 장학금을 마련하는 이름하여 ‘염소 장학회’까지 만들었다. 어쩌다 보니 두우얀 학교를 위해 발로 뛰는 누나와, 조용히 힘을 보태는 라젠 씨와 마을 아이들. 

어느 날 은영 씨도 한 벌 뿐인 외출복을 챙겨 입고 마을 아이들은 애지중지 운동화까지 신고 외출하는데, 대체 무슨 일일까? 다 함께 놀러 간 세부 바닷가, 소년들이 은영 씨의 눈을 가리고 데려간 곳에 기다리고 있는 깜짝 선물은, 모래 위에 쓴 ‘아이 러브 누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순간의 연속! 어찌 흘러갈지 알 수가 없고 은영 씨의 삶의 중심은 목표가 아닌 과정에 있다. 삶의 길목마다 무한 긍정, ‘세부 누나’의 인생 후반전은 이제 시작이다.

8월 3일 오전 7시 50분 방영되는 4부에서는 필리핀 세부에서 한식당을 하다 3년 전 오지로 들어온 은영 씨 부부가 아이들을 위해 학교 교실을 지어주며 만인의 '누나'가 된 이야기를 전한다.

은영 씨 시아버지 기일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찾아오고, 아이들과 필리핀 전통 음식을 해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며칠 후 행사에 초대 받은 세부 누나 은영 씨, 잔뜩 긴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간극장 '세부 누나의 오지살이' 편 4부는 3일 오전 7시 50분 KBS1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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