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오는 5월 15일은 ‘제43회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 지네∼” 꿈과 희망의 학창시절 5월이 되면 누구든 한 번쯤은 불러봤을 ‘스승의 은혜’노래 첫 소절이다. 하지만 오늘날 스승의 의미는 무엇이고 교권은 얼마나 추락했으며 교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했다. 옛 성현들은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도 마라.”했고,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무색해 진지 오래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스승의 날’의 유래는 1958년 충남 논산 강경고등학교의 ‘청소년 적십자단(RCY)’ 학생들이 병석에 있는 교사들을 찾아간 이후 퇴직한 교사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는 데서 시작되었다. 1963년 충청남도에서 9월 21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사은 행사를 진행했으며, 그해 10월에 전국적인 행사로 확대되었다. 1964년 5월 개최된 RCY 중앙협의회에서 ‘스승의 날’로 개칭하였고 날짜를 5월 26일로 바꾸는데, 이것이 제1회 ‘스승의 날’이다. 이어 1965년에는 스승이 세종처럼 존경받았으면 하는 취지로 세종의 양력 생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73년 정부의 방침에 따라 모든 사은 행사가 중단되고 ‘국민교육헌장 선포기념일’인 12월 5일로 통합됐다. 이후 1982년 ‘교권확립의 해’를 맞아 다시 법정기념일로 제정되면서 5월 15일로 환원되어 오늘 날에 이르렀다.

근년에 들어서 학생이 담임선생님을 폭행하는 무너진 교실과 학부모 민원에 시달려 극단 선택으로 추락한 교권의 참상이 극한으로 치닫는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데 이어 서초구에서는 초등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알려지면서 ‘교권 붕괴’ 문제가 국민적 공분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은 그간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는 조치는 강화된 데 반해, 교사의 인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것이 이와 같은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교육 현장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육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소중한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학생 수 감소와 교권 침해 논란으로 교사 인기가 시들해지고 교직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교사 10명 중 2명 정도만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13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이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교사 19.7%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경우가 58.5%에 달했고, ‘보통’은 21.8%였다. 한국교총이 ‘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라는 데 답한 사람은 19.7%에 불과했다. 이는 2012년부터 한국교총이 실시한 9차례의 설문조사를 통틀어 역대 최저수준이자 첫 10%대 기록이다. 2012년 36.7%에서 2016년 52.6%까지 올랐지만 이후 꾸준히 떨어지더니 지난해 20.0%로 추락했다. 그러다 올해는 19.7%로 1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현재 ‘교직에 대한 만족도’ 역시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교직생활에 만족하느냐’에 대해서 ‘그렇다’고 응답한 교사도 21.4%에 그쳤다. 이 또한 2006년 첫 설문(67.8%)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수치다. 교사들이 교직 생활에서 가장 가장 큰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문제 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등의 순으로 꼽았고, ‘교육과 무관한 과중한 행정업무와 잡무’(22.4%) 등이 뒤를 이었다. 교원의 62.7%는 학생·학부모의 몰래 녹음을 방지할 기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 환경에서 수업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교사들의 교직생활 만족도를 높일 대책이 시급하다는 증표가 아닐 수 없다. 교육 현장이 이러한데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밝을 수 있을 건지 참으로 암담하고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교사들이 학생 지도와 학부모의 민원에 대해 여전히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에도 교권 회복과 개선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교원 67.5%가 올해 3월부터 교권 5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아동학대처벌특례법)이 시행됐지만, 현장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고 답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응답자의 5.9%는 ‘이전보다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육현장의 교권침해에 대한 정밀 점검과 보완 대책이 필요한 이유로 충분하다. 최근 전국 8개 교대와 한국교원대 등의 대입 전형 결과 경쟁률과 합격점수가 낮아지고 명예 퇴직자가 느는 것도 이와 결단코 무관치 않을 것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4월 15~26일 초등교사 93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의 직무 불만족도는 비슷하게 나타났다. ‘현재의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초등교사는 22.3%였다. 교권 관련 법령이 개정된 후 근무 여건이 좋아졌냐는 질문에는 78.9%의 초등교사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일선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 도입이 교권 침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학생 인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교권이 침해받아서도 결단코 안 된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교사의 권리도 학생 인권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로부터 작은 선물조차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승의 날’ 자체가 괜한 부담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물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삐 뚫린 시각이 싫어서일 게다. 교사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보람으로 일할 때 교육은 살아난다. 하지만 전국의 교사들이 지금과 같은 침울한 심정과 떨어진 사기로 제대로 된 교육을 신명나게 시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학부모의 따뜻한 교사 존중의 마음도 교권을 바로 세우는 작은 힘이 될 수 있다. 교권이 살아야 교육 산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교사의 본질업무 규정, 생활지도, 민원응대, 학폭, 현장 체험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 보호막을 제공해주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전국의 교사들을 뜨겁고 격하게 응원한다.

사진=박근종
사진=박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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