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박소진  시민기자] ‘숏평’은 우리 시대의 전문 서평가와 젊은 서평가들이 함께 이끌어 가는 코너입니다. 깊은 생각과 참신한 눈길로 이 시대의 의미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잘못된 단어(르네 피스터 지음 / 배명자 옮김 / 문예출판사)

미국은 적어도 정치적 올바름의 측면에선 한국보다 훨씬 더 진보적이다. 동시에 ‘트럼프’를 통해 전 세계적인 정치적 우경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선보인 것도 미국이다. PC와 우파 포퓰리스트, 둘은 관계없는 것 같지만 이 책에 따르면 적대적 상생 관계다. 독일의 진보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 르네 피스터는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분석한다.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소수의 급진 세력이 학교ㆍ언론ㆍ공공기관 등에서 새로운 독단주의를 퍼뜨려 사회적 침묵을 강요하고, 이로 인해 반대급부로 우파 포퓰리스트들이 득세하며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저자가 ‘정치적 올바름’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보단 토론의 상실로 인한 공론장의 소멸을 우려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와의 토론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독단주의를 넘어 공론장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 책은 끝난다. 민주주의 사회에선 최소한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주장은 정당하다. 그러나 진짜 문제가 ‘토론’일까? 아닐 것이고, 저자도 그걸 알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나와는 세계관이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는 현실. 그래서 ‘나’의 세계가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하며, 실은 세계에 관한 하나의 해석일 뿐인 한 집단의 생각이 풍선처럼 커져서 그들에겐 세계 그 자체가 돼 버리는 현실. 그래서 ‘대화’가 끼어들 빈틈이 없어지는 바로 그 현실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맹준혁 / 출판편집자·콘텐츠 기획자·9N비평연대)

맹준혁
맹준혁

 

■읽는 기쁨(편성준 지음 / 몽스북)

편성준 작가가 소설집 <찬란한 타인들>을 읽고 소개하는 대목은 정말 인상적이야. “한 편씩 짤막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이디스 워튼이나 길라언 플린의 글처럼 나른하면서도 얄미운 반전을 숨기고 있어 사랑스럽다.” 이 문장만 해도 그래. 순식간에 세 명의 작가를 견디기 힘들 만큼 궁금하게 만들지.

편성준은 각각의 책이 가진 핵심을 향해 곧장 달려가서는 그것을 단숨에 움켜쥐고 독자들 앞에 툭툭 던져 놓지. 그래서인지 그가 읽었다는 책들이 마치 등푸른 물고기처럼 퍼덕대는 느낌이 들어.

유이월의 단편 '찬란한 타인들'을 읽곤 '비릿한 유머가 숨어 있다'고 표현했어.  '물귀신 매트릭스'라는 작품을 두고는 "새벽부터 허무하게 웃겼다"라고만 적어놨어. 이토록 짧은 표현으로 놀라울 만큼 크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야. 정말 기가 막히지. 

편성준 작가의 이런 특징은 ‘책’과 ‘작가’와 ‘독자’라는 독서의 세 주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야. 저자는 자신의 독서편력을 늘어 놓고 지적 수준을 자랑하려고 들지 않아.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들을 동원해 작품을 분석하려고도 않지. 그 대신 훌륭한 작가와 멋진 책, 여기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연결에만 몰입하고 있어. 

좋은 책이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하지. <읽는 기쁨>이 딱 그런 책이야. 독서가 얼마나 가볍고 즐거우며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하지. (김성신 / 출판평론가·9N비평연대)

김성신
김성신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미셸 르 방 키앵 지음 / 김수영 옮김 / 프런트페이지)

숲으로 스며드는 눈부신 햇살, 바람에 스치는 잎의 소리, 새들의 지저귐. 숲의 풍경은 머릿속으로만 그려도 가슴이 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숲속을 산책하면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장이자 20여 년간 뇌와 신경을 연구해 온 신경과학자 미셸 르 방 키앵은 '인간이 자연을 향한 본능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많은 과학적 근거로 조목조목 그 원리를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잠깐 햇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슬픔에 잠기도록 만드는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한편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직장인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행복지수와 창의적ㆍ생산적인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산 정상에서 마주한 고요함이 인간의 기억력에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점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다. 하지만 자연을 가까이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도 좋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식물을 키우거나, 심지어 자연을 담은 사진을 배치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일단 도시 안에서도 존재하는 나무 몇 그루, 공원이나 정원의 식물과 같이 '도시 안에 홀로 동떨어진 작은 침묵의 섬'에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배희주 / 출판마케터·9N비평연대)

배희주
배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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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 박소진 시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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