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최병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각국 중앙은행 실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시기라며 "겸손한 자세로 경제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74주년 기념사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와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으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는 등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당초 우려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수출과 내수의 회복세 차이가 크고 내수 부문별로도 체감 온도가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여러 경제주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크다"고 언급하며, "물가가 제대로 안정되지 않으면 실질소득 감소와 높은 생활물가 등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섣부른 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책 기조 전환에 대해 이 총재는 "너무 늦게 전환할 경우 내수 회복세 약화와 연체율 상승세 지속 등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일찍 전환할 경우에는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가 늦어지고 환율 변동성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런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거친 풍랑은 이제 어느 정도 잦아든 듯하지만, 수면 아래 곳곳의 보이지 않는 암초를 피해 항로를 더욱 미세하게 조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비유했다. 

이어 "이런 때일수록 국가별로 정책 운영 성과가 차별화돼 나타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기 마련이다"며, "겸손한 자세로 경제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고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면서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문화뉴스 / 최병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