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전세사기'의 그림자...정치권이 책임있게 나서야 할 때

서울의 아파트 단지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서울의 아파트 단지 / 사진 = 연합뉴스 제공

[문화뉴스 이지영 기자]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중 46%가 역전세 주택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보다 역전세 비중이 높아진 수치이다.

지난 11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2022년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4만2천546건 중, 올해 같은 기간 동일 주소지와 면적에서 발생한 거래 9천653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46%에 해당하는 4천437건의 전세 보증금이 기존보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근 1년 사이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가 크게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를 보면 5월3주(5월20일 기준)차에 전주 대비 0.10% 상승하며 무려 53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아파트 전세가 하락과 아파트 전세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현재도 피해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이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지난 9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전세사기와 임대차 2법을 함께 꼽았다.

그렇다면, 비아파트 전세가 하락과 아파트 전세가 상승의 구조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가장 먼저 주거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 있다.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던 전세사기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과 같은 다가구주택에서 벌어진 것이 다수였다. 다가구주택은 법률상 단독주택이지만,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고 임대인 한 명이 건물의 임차인과 계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임대인은 전체 임차인(세입자) 각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에 따라 선순위가 아닌 후순위로 배정받게 되면 후순위의 세입자들은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안정성으로 인해 다가구주택의 비아파트 전세보다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아파트 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전세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고, 비아파트와 아파트의 전세 가격 차이는 더욱 심화된다.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줄어들게 되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전세사기를 비롯한 사고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전세사기의 위험을 끊어내지 못하는 구조도 형성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 아파트 전세가 상승으로 인해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대출이 늘어나고,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인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며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내수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비아파트의 역전세 현상은 매물 과잉과 가격 하락을 초래하여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안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전세사기의 여파로 찾아온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의 붕괴는 거주의 불안전성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아직 이를 해결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었다. 줄곧 법안에 반대하던 국토교통부 박상우 장관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면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고스란히 다른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했다. 특별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가가 악성 임대인으로부터 채권을 회수하자고 하는 것인데, 다른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발언에 의문이 생긴다. 동시에, 나라에서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실망감을 받게 된다. 한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시절 막대하게 늘어난 전세대출을 줄이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있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러는 동안,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붕괴의 여파를 최전선에서 겪고 있는 전세사기의 피해자들은 끝없는 좌절을 홀로 맞고 있다.

지난 5월 1일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A씨(38)가 숨진 채 발견되며 지난해 2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이후로 최소 11명 이상이 전세사기로 목숨을 읽었다.

아파트 전세가 상승과 비아파트 전세가 하락의 현실은 시급히 해결이 필요한 과제다. 책임 없는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권을 앗은 정치권은 이제라도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이미 폭증할 대로 폭증해버린 전세대출을 잡는 것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문화뉴스 / 이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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