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993년 설립 이후 최초 1위 등극
게임 칩 제조사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1년 반 동안 주가 9배 상승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타이베이 로이터 연합뉴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타이베이 로이터 연합뉴스

[문화뉴스 양문정 기자] 인공지능(AI) 칩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했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전장보다 3.51%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은 3조3,350억 달러에 달해 마이크로소프트(3조3,173억 달러)와 애플(3조2,859억 달러)을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이는 1993년 엔비디아가 설립된 이후 31년 만에 최초로 쓴 기록이다.

엔비디아는 초기 3D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는 컴퓨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제조해 판매하며 시장에 진입했고, 1990년대 후반부터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GPU 부문에서 뛰어난 성능으로 입지를 다진 엔비디아는 2018년 비트코인 열풍으로 코인 채굴업체들이 급격히 늘어났을 때 이들의 컴퓨터에 필요한 GPU를 공급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이어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대폭 늘고, 메타버스 수혜주로 꼽히기도 하면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엔비디아는 2022년 11월 말 오픈AI가 대화형 AI 챗봇 '챗GPT'를 공개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갔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의 언어 모델을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급격한 상승세를 그렸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말(액면분할 반영 14.6달러) 이후 이날까지 약 1년 반 동안 9배 넘게 상승했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AFP 연합뉴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AFP 연합뉴스

엔비디아가 이처럼 업계 최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래픽 칩에 대한 회사의 큰 베팅에 더해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의 확고한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젠슨 황은 IT 산업이 "가속 컴퓨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했다.

엔비디아의 IPO 당시 투자한 웨이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전략가 라이 윌리엄스는 "젠슨은 항상 훌륭한 소통가였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확실히 GPU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도 "(엔비디아) 경영진의 엄청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며, "그들은 하드웨어 혁신의 물결마다 완벽하게 잘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며, AI 모델을 개발 중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술기업들의 AI 칩 수요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정보·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서 AI 칩 수요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AI가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시대적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이런 시대 전환의 핵심에 있는 기업 엔비디아에 전 세계 투자 자금이 쏠리는 양상이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이에 엔비디아가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액면 가치의 10분의 1분할을 단행하면서 주당 1천209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121달러 수준으로 낮아져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전 세계적인 AI 붐이 계속 가열되는 가운데, 다수의 전문가는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따라잡을 만한 회사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엔비디아 주가가 한동안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대니얼 아이브스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들이 이 길로 빠르게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GPU 칩은 본질적으로 기술 분야의 새로운 금(gold) 또는 석유(oil)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런 캐피털의 마이클 리퍼트 부사장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비디아는 단순히 칩을 파는 것이 아니라 (컴퓨팅) 시스템을 판매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와 기술 개발 생태계가 독점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AI의 왕' 엔비디아, MS·애플 제치고 1위 차지...주가 최고치 경신 언제까지?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한편, 미국 CNBC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테크놀로지 셀렉트 섹터 SPDR 펀드인 XLK에서 자산 재배분으로 엔비디아와 애플의 비중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S&P500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XLK 펀드는 S&P의 규정에 따라 분기마다 정기적으로 재구성되는데, 이번엔 14일 종가까지 반영해서 오는 21일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재는 MS와 애플이 각각 약 22%이고 엔비디아는 약 6%다. 뉴욕 증시 시가총액 톱3인 MS, 엔비디아, 애플은 모두 시총이 3조 2천억 달러 이상으로 비슷하지만, XLK 펀드 편입 비중은 차이가 크다.

이는 S&P가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XLK 펀드는 이번 분기에 엔비디아 주가가 40% 이상 상승하는 것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서 S&P 테크 지수 대비 수익률이 5% 이상 낮았다.

오는 21일 미국의 대표적인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가 엔비디아 비중을 크게 확대하고 애플은 대폭 축소하면서 대규모 거래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문화뉴스 / 양문정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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