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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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에 처음으로 올랐을 때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찌나 긴장되고 떨렸던지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저려옵니다.

연기를 잘하려면 무대 위의 다른 배우뿐만 아니라 관객과 교감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사는 물론이고 진심까지 전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저는 너무나 긴장한 탓에 다른 배우도 관객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눈앞이 캄캄했고 무대 위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듯했습니다. 더군다나 머릿속은 텅 빈 백지가 된 것처럼 대사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지?’

1시간 20분 공연시간 동안 별 실수 없이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공연 시작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대사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상대 배우가 무대에 등장하며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대사인데 저는 너무나도 엉뚱한 대사를 그에게 던지고 말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상대 배우는 황당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저를 바라봤습니다.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안녕히 가라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데 저에겐 그럴 만한 경륜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저 안절부절 못한 채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상대 배우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다음에 뵙죠.”

그 대사를 끝으로 상대 배우가 횡하니 무대 밖으로 나갔습니다. 저는 더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 배우와 주고받을 대사가 꽤 있었는데 그가 밖으로 나간 것입니다.

‘어떡하지? 혼자서 어떻게 하지?’

빠르게 뛰는 심장을 주체할 수 없어 쓰러지기 일보직전, 그 배우가 황급히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천연덕스럽게 애드리브를 치는 것입니다.

“다시 왔습니다. 오는 길에 강아지똥을 피하려다가 그만 전봇대에 부딪쳤지 뭡니까. 그래서 잠시 제가 정신줄을 놓았네요. 다시 인사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그 배우의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넘겼고 저 역시 서서히 안정을 찾아 공연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실수를 인정하고 그 배우와 연출자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러자 그 배우는 대수롭게 않은 듯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 뭐. 신경 꺼. 다음 공연엔 잘 하자.”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참으로 고마웠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실수로 인해 저는 더 많은 연습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수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실수, 누구나 다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한 점에 대해서 지나치게 주눅이 들거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건 곤란하겠지요.

실수라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완벽한 사람보다 실수하는 사람이 더 매력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습니까? 또한 실수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고 그리고 실수를 통해 새로운 발견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수가 오히려 획기적인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치료제로 널리 쓰이는 페니실린은 세균학자인 플레밍의 실수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부스럼의 원인인 포도모양의 병균을 연구하던 중 실수로 실험용 유리 접시를 닫지 않았는데 접시 위에 잔뜩 퍼져있던 포도모양의 병균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뒤 푸른곰팡이 연구에 몰두한 끝에 페니실린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발기부전 약으로 쓰이는 비아그라도 처음에는 원래 혈압을 낮추는 약으로 개발이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포스트잇’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를 개발했을 때 모두가 쓸모없다고 했지만 한 사람의 생각전환으로 인해 지금의 포스트잇이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 새뮤얼 버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가 자랑하는 모든 발명품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운 좋은 자들의 실수 덕분이다.”

그렇습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무언가를 시도한 결과입니다. 그 시도가 성공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설령 실패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 실패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다만 실수가 자책으로 끝나지 않게 그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노력은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실수하십시오.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다면, 놀라운 발견을 꿈꾸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실수하십시오. 실수가 지금 당장은 당신을 주저앉히겠지만 그 실수로 인해 당신은 더 큰 사람으로 다시 일어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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