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취소 수치 상의 정확한 기준은 없어
6회에 진입했다면 정식경기로 취급 가능

지난 30일, 연일 비가 내린 광주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30일, 연일 비가 내린 광주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문화뉴스 윤송이 기자] 장마가 시작되면 야구 팬들은 늘 우천 취소 걱정을 한다. 

지난 29일, 광주, 창원, 부산에서 편성되어 있던 세 경기가 우천으로 인해 취소되었다. 수원에서 열린 삼성-KT 전과 잠실에서 열린 SSG-두산 전은 경기를 시작했으나, 정규 이닝까지 경기를 마무리 짓지는 못했다. 삼성-KT 전은 노 게임 선언이 이루어졌고, SSG-두산 전은 강우 콜드 처리되었다.

2024년 KBO 리그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다음 날 두 번의 경기를 하는 더블헤더 시스템을 차용 중이다. 따라서 30일에는 SSG와 두산을 제외한 8개의 팀이 경기가 두 개씩 편성되었다. 4회까지 게임을 진행했으나 노게임으로 처리가 된 삼성과 KT의 경우 이틀간 22이닝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삼성의 데이비드 맥키넌은 개인 SNS를 통해 이러한 상황에 이의를 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맥키넌 선수의 개인 SNS 캡쳐. 2일간 22 이닝을 플레이해야하는 상황과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경기를 진행한 KBO 규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데이비드 맥키넌 선수의 개인 SNS 캡쳐. 2일간 22 이닝을 플레이해야하는 상황과 비 예보가 있었음에도 경기를 진행한 KBO 규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내용이다.

경기가 중단된 것은 같은데 왜 어느 구단은 그날 경기 결과를 리그 순위에 반영하고, 어느 구단은 그날 경기가 없었던 것으로 처리할까? 전국적 비 예보에도 어느 곳은 경기하고, 어느 곳에서는 경기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장마가 막 시작되는 지금, KBO의 우천 취소 관련 규칙을 살펴보자.

■ 더블헤더

더블헤더란 주말 시리즈인 금요일이나 토요일 경기가 취소 시 그다음 날인 토요일, 일요일에 두 번의 경기를 치르는 규칙을 의미한다. 금요일과 토요일 경기가 모두 취소된다고 일요일에 세 번의 경기를 하지는 않고, 두 번의 경기 후 나머지 한 경기는 추후 편성한다.

더블헤더 경기에는 팀당 특별 엔트리 두 명을 추가 편성할 수 있으며, 첫 번째 경기 종료 후 휴식을 취한 후 2차전을 진행한다.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진행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1차전은 연장 없이 정규 이닝인 9회까지 진행 후 동점인 경우 무승부 처리, 2차전은 연장 승부가 가능했으나 2024년에는 2차전 또한 9회 말까지 동점이 유지된다면 연장 없이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다.

■ 우천 취소

KBO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천 취소 여부는 경기 개시 3시간 전부터 해당 구장의 날씨와 그라운드 등 전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라면 경기 운영위원이, 경기가 이미 시작되었다면 심판이 결정한다.

경기 중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해서 바로 우천 취소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경기 중단을 선언하고, 비가 그칠 수 있는지를 30분가량 확인한 이후 취소와 재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당장 내리는 비의 양과 함께 레이더를 통해 추후의 기상 상황을 예측해 결정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기 전 취소보다는 경기 시작 후 비가 오는 상황이다. 점수가 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KBO 리그에서는 5회를 완전히 끝냈거나 5회 말 진행 중 홈 구단의 득점이 원정구단보다 많아진 경우, 5회 말 홈구단이 득점해 원정구단과 동점이 된 경우 정식경기로 취급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경기 결과를 반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날의 경기 내용으로 만들어진 개인과 팀 기록 또한 모두 없어진다.

즉 우선 6회에 진입했다면, 콜드게임으로 경기를 종료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종료 시 이기고 있는 팀의 승리로 처리된다. 이 때문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지고 있는 팀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6회가 오지 못하게 하려고 할 수도 있다. 흔히 생각하는 ‘스포츠 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다.

강풍, 미세먼지 등으로도 경기가 취소될 수 있는 데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경기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진행이 어려운 만큼 우천 취소의 기준을 강수량으로 정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관중 입장에서는 심판의 판단 기준을 알 수 없으니 아쉬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SNS의 야구팬들은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는 날에는 경기를 속행하기도 하고, “이 정도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는 경기를 중단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29일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수원 KT 위즈 파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29일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수원 KT 위즈 파크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9일 취소된 경기들은 모두 30일 더블헤더로 편성되었으나, 30일에도 비가 내리며 대부분의 경기가 취소되었다. 더블헤더를 치른 것은 삼성과 KT뿐이고, 전날에도 경기를 치른 SSG와 두산이 경기를 진행했으며, LG와 NC 또한 2차전은 무사히 진행했다.

KBO 리그전은 3연전 시리즈마다 상대하는 팀이 바뀌는 시스템이다. 어떤 팀은 우천 취소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어떤 팀은 없던 것으로 처리된 이닝에 더블헤더까지 치른다면 경기력의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KBO는 2023년 시즌에도 많은 경기가 우천 취소되며 편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올해도 긴 장마가 예고된 만큼, 어떻게 해야 시즌이 너무 길어지지 않으면서 열 팀 모두에게 공정한 편성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명확한 우천 취소 규정이 필요하다.

문화뉴스 / 윤송이 기자 [email protected]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