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수찬] 어느 날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 한 분이 생각난다. 그분은 황재성 할아버지(가명, 70대 중반)로, 20여 년 전 처음 만났다. 건설 일용직으로 평생을 보내며, 몸 구석구석에 쌓인 고된 노동의 흔적을 간직한 채 두 딸을 홀로 키운 분이었다. 외형적으로는 정정해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척추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하며 늘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딸을 키워야 했기에 통증을 참으며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태는 더 악화되어 다리가 저리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되었다.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피했다.

당시에는 ‘척추 나사못 고정술’이 일반적이었다. 신경을 누르는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척추를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할아버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수술 후 잠시 통증이 사라졌지만, 인접한 위아래 마디가 약해지면서 다시 불안정해졌다. 결국 두 번째 수술이 필요했다. 인접분절질환이 발생해 다시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1년 후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수찬 칼럼] 세 번의 척추 수술, 그리고 남은 아쉬움
[이수찬 칼럼] 세 번의 척추 수술, 그리고 남은 아쉬움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치료법은 너무나도 공격적이었다. 이제는 최소 침습적 수술이 주로 시행되며,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만약 그때 현재의 기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면, 할아버지께서 두 번의 재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의사로서 과거 환자들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아쉬움이 밀려온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보며, 그때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치료법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앞으로의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칼럼니스트 이수찬]

소속: 힘찬병원 (대표원장)

학력: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경력

  • 2019.07~ 가천대학교 의학과 초빙교수
  • 2010 가천의과대학교 정형외과 겸임교수
  • 2002~ 힘찬병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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