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수찬] 어느 날 병원을 찾은 할아버지 한 분이 생각난다. 그분은 황재성 할아버지(가명, 70대 중반)로, 20여 년 전 처음 만났다. 건설 일용직으로 평생을 보내며, 몸 구석구석에 쌓인 고된 노동의 흔적을 간직한 채 두 딸을 홀로 키운 분이었다. 외형적으로는 정정해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척추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었다.
할아버지는 오랜 세월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하며 늘 허리통증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딸을 키워야 했기에 통증을 참으며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태는 더 악화되어 다리가 저리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게 되었다.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 심각하게 진행되어 수술이 불가피했다.
당시에는 ‘척추 나사못 고정술’이 일반적이었다. 신경을 누르는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척추를 고정하는 방식이었다. 할아버지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수술 후 잠시 통증이 사라졌지만, 인접한 위아래 마디가 약해지면서 다시 불안정해졌다. 결국 두 번째 수술이 필요했다. 인접분절질환이 발생해 다시 나사못을 박는 수술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결국 1년 후 또다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수찬 칼럼] 세 번의 척추 수술, 그리고 남은 아쉬움](https://mhnsnews.com/mir/news/photo/202406/601528_736525_2745.png)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치료법은 너무나도 공격적이었다. 이제는 최소 침습적 수술이 주로 시행되며,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부작용과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만약 그때 현재의 기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면, 할아버지께서 두 번의 재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의사로서 과거 환자들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아쉬움이 밀려온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보며, 그때 더 나은 치료를 할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치료법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것이다. 앞으로의 환자들에게는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칼럼니스트 이수찬]
소속: 힘찬병원 (대표원장)
학력: 한양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경력
- 2019.07~ 가천대학교 의학과 초빙교수
- 2010 가천의과대학교 정형외과 겸임교수
- 2002~ 힘찬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