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다운 우아함과 섬세함의 라벨, 쇼팽, 리스트!”

618()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지난 62일 일요일 저녁 강원도 평창 계촌축제에서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의 협연과 달리 피아니스트 조성진다운 우아함과 섬세함의 라벨, 쇼팽, 리스트들의 피아노 연주 레퍼토리들이 삼성호암상 수상기념 피아노 리사이틀을 수놓았다.

초팬덤을 형성하며 6월 한달 서로의 피아노 리사이틀들을 날짜를 바꿔가며 국내 여러 도시에서 독주회 일정들을 전개해온 조성진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피아니즘은 이런 조성진 피아니즘의 우아함과 섬세함, 임윤찬의 심장을 강타하지 않으면 연습이 아니다라는 심장을 강타한 음악가의 연주대비에서 두 주목할만한 피아니스트들의 최근 조심스런 차별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는 것 같다.

이런 두 초팬덤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대비는 이번주초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조성진이 가진 삼성호암상 수상기념 리사이틀의 레퍼토리들이 라벨의 고풍스런 미뉴에트가 마치 바로크나 르네상스의 음악을 모방하는 듯한 고풍스런 시를 쓰는 것 같은 고풍스러운 선율이 특히 인상적인 곡이고 역시 라벨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왈츠가 빈 왈츠의 쾌활함을 담은 동시에 프랑스적인 우아함과 섬세함을 지닌 7개의 왈츠와 에필로그로 구성된 모음곡이라는 사실에서 내게 선명해졌다.

반면 지난 67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국내 순회공연의 첫 스타트였던 롯데콘서트홀에서의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많은 음악애호가들이 이날 공연의 핫 하이라이트로 지목할 만큼 관객의 심장을 강타하는 들었다 놨다하는 타건으로 관객들에게 엄청난 감흥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고왔다는 감격에 젖게 했다.

조성진 다운 레퍼토리들로 채운 격에 맞는 선곡들이 돋보인 호암재단 수상기념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 조성진 페이스북)
조성진 다운 레퍼토리들로 채운 격에 맞는 선곡들이 돋보인 호암재단 수상기념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사진 조성진 페이스북)

조성진다운 레퍼토리들로 채운 격에 맞는 선곡!”

이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삼성호암상 수상기념 리사이틀은 전반부 연주 레퍼토리들에서 9년전 폴란드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하던 연주곡들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간들이 되기도 했다.

이런 쇼팽콩쿠르에서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 레퍼토리가 쇼팽의 폴로네이즈 작품번호 53 ’영웅‘”인데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갈라 콘서트가 열렸던 201622일 저녁 조성진이 앵콜로 연주한 쇼팽의 폴로네이즈 op.53 영웅이 힘과 열정이 넘치는 연주로 청중의 뜨거운 또 한번의 함성과 기립박수, 계속 이어지는 커튼콜로 매우 흥분되는 콘서트홀의 현장이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6번 작품번호 53 ’영웅은 웅장하고 당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지만 연주에 높은 수준의 기교와 체력을 요구하는, 쇼팽과 낭만파 피아노 레퍼토리를 통틀어서 손꼽히는 인기를 가진 곡이기도 하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6번에 앞서 조성진이 연주한 폴로네이즈 5번은 쇼팽이 남긴 폴로네이즈 중에 가장 걸작으로 알려진 작품으로 상당한 난곡이라 연주되는 일은 드문 편이라 계촌에서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조성진 협연곡 연주보다 아기자기한 맛의 연주가 있어 연주가 끝난후에 개인적으로 깊은 인상이 남는 곡이었다. 피아노, 트럼펫, 현악기를 위한 협주곡으로도 알려져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첫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이 곡에서 트럼펫 독주가 중요 구성 요소로 자리하고 어쿠스틱이 집약적인 콘서트홀이 아닌 계촌 야외공연장 이다보니 조성진 연주의 특징이 제대로 발현되고 극대화된 연주회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쇼팽의 폴로네이즈 5번은 쇼팽의 폴로네이즈중 걸작에 손꼽히는 비장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곡으로 위협적인 짦은 구절로 시작되어 곧 어둡고 종종 격렬한 폴로네이즈 테마로 발전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조성진이 후반에 연주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은 비중이 실린 이날 연주회의 메인곡들로 꼽을 만 했는데 밤의 가스파르는 피아니스트들에게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 정도로 고난이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동시에 심오한 형식적 논리를 표현해내야 하는 작품이고 실제로 라벨은 특히 3스카르보를 쓰면서, 당시 가장 연주하기 어렵기로 악명 높았던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를 능가하는 비르투오시티를 의도했다. 밤의 가스파르스카르보뿐 아니라 전체 악곡이 모두 최고의 기교와 깊이 있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난해한 작품으로 유명한데 조성진은 피아노 독주회 라사이틀때마다 이곡을 자주 연주해온 탓인지 좀더 정련되고 차분한 밤의 가스파르를 들려줬다.

리스트의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역시 연주자에게 깊은 음악성과 높은 수준의 기교를 요구하는 난곡이며 문학적인 영감이 음악적으로 승화되는 것을 보여주는 19세기 낭만주의 표제음악의 중요한 작품이기도 해서 이날의 연주회를 조성진다운 레퍼토리들로 채운 격에 맞는 마무리의 선곡이었다고 여겨진다.

연주회의 탄력 높이기 위한 전략수정도 필요할 듯!”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후발주자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급추격하며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쌓아온 아성을 위협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서 초팬덤 피아니스트의 원조이자 시발격이다.

조성진의 리사이틀이 근자에 워낙 너무 잦은 탓에 짧은 간격의 인터벌보다 최근 2-3년간의 긴 안목의 시각에서 보자면 그의 이런 모습을 나는 지난해 국내 클래식 무대에서 펼쳐진 외국 교향악단들의 내한 대전(大戰)의 쓰나미속에서 마리스 얀손스 이후의 라트비아 출신의 명지휘자로 떠오른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봉을 잡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서 티켓 파워 0순위를 질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조성진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첫날 공연에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작품번호 54번을 협연했는데 조성진이 베를린필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4번과 달리 처음과 끝에 강박을 터트리는 면이나 앙코르곡 Liszt, Consolation No.3에서의 숨이 멎는 듯한 詩的 영롱한 선율이 조성진의 진가를 재입증했다.

지난 2015년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열띤 열정의 에너지, 숨막히는 연주를 펼쳐보이는 비루투오소(virtuoso)의 이미지였다. 1994년생으로 올해 만 30세를 맞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30대에도 이런 국내외에서의 신드롬 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쇼팽콩쿠르 우승 이후 쌓아왔던 신중하고 시적이며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타고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대담함과 순수함이 조화를 이룬 이제까지의 비루투오시티적인 면에서 젊은 거장적 새로운 비루투오소로 과감히 탈바꿈하려는 모습의 변화도 상당히 필요해 보인다.

네차례에 걸친 연이은 연주회에 다소 지친 탓인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지난해 202335일의 일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서울에서의 마지막날 조성진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협연은 이런 강한 임팩트나 연주의 활력이 다소 떨어져보였다. 심심치않게 마곡에서의 조성진 연주가 더 좋았다는 관객들의 평이 들렸는데 202210월 중순에 있었던 마곡LG아트센터 개관공연시 사이먼 래틀과 런던심포니와의 협연에서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Op.43의 연주로 때로는 건반위에서 즐겁게 뛰놀고 자신감 넘치는 타건을 선보이면서 원 주제를 뒤집은 동기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보여주는, 24개의 변주중 가장 인기있는 변주인 ‘Variation XVIII. Andante cantabile'에선 숨막히는 연주를 조성진이 펼쳐보였던 것들이 관객들에게는 더 인상적으로 자리잡았었나 보다.

지난 618일 공연도 직전 주말의 15일 토요일 오후 광주 예술의 전당 공연과 16일 일요일 오후 강릉아트센터에서의 연주를 소화하고 많은 이동을 해야하는등 잇따른 연주회의 연속으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다소 지친감도 감추지 못한 듯 보였는데 연주회의 탄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연주회를 줄이면서 연주의 퀄리티질을 높이는 전략으로의 수정도 그만큼 필요해보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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