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강인 ]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6월 25일 새벽. 포성이 울리고 전차의 캐터필러(Caterpillar)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며 사람의 아들들은 살육의 장터로 뛰어들었습니다.

폭력이 가장 영예로운 화관을 들러 쓴 채, 살인과 도륙(屠戮)마저도 정당화시키면서 전쟁은 이 평화로운 땅 위의 마을들을 피비린내로 들끓게 했습니다. 

이를 두고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같은 동족끼리 총뿌리를 겨누고 핏발 선 두 눈이 살기로 가득한 채 멸살(滅殺)을 꿈꾸던 때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까닭 없이 분노했고, 까닭 없이 원통했고, 까닭 없이 넋을 빼앗겨야 했습니다.

휴전이 발표되던 그 순간까지도 뜨거운 피는 고지 능선의 계곡에서 끊이지 않고 흘렀습니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늘 상기하자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날 우리가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이라고 목청 높여 불러오던 <6.25의 노래>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정권 시절, 이 노래가 민족화합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 멀리했기 때문입니다. 더욱 어이없는 사실은 과거 <별이 되신 님이시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시를 쓴 ‘심재방‘이라는 자를 통해 새로운 6.25의 노래 가사를 쓰게 한 일입니다.

심재방을 통해 개사(改詞)된 내용을 보면 6.25를 남, 북한의 공동 책임으로 묶어놓았고, 전쟁의 원인을 외세로 돌려 얼버무리고, 또한 우리 민족끼리의 통일을 앞세워 안보 정신을 퇴색시켜 놓았습니다. 이는 조국을 짖밟은 북한 괴뢰정권을 의식한 망국적 행위입니다.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민족의 역사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먼저 박두진 작사, 김동진 작곡의 <6.25의 노래, 원명 ’한국전쟁 승리의 노래(Korean War Victory Song)‘>를 1952년 7월에 국방부 국가 음반 1호로 녹음된 테너 이상춘, 소프라노 김천애 선생의 노래(육군교향악단 반주)로 들으시고 박두진 선생이 쓴 원래의 가사와, 그 후 관제(官制)에 의해 심재방이 개사한 것을 각 1절만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6.25의 노래 - ’박두진‘이 작사한 원래의 가사

​1.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6.25의 노래 - ’심재방‘의 개사로 변경된 가사>

1.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조국의 산하가 두 동강 나던 날을/ 동포의 가슴에다 총칼을 들이대어/ 핏물 강이 되고 주검 산이 된 날을
(후렴) 이제야 이루리 그 날의 숙원을/ 동포의 힘 모아 하나의 나라로/ 피의 원한 풀어 하나의 겨레/ 이제야 이루리 한 나라 한 겨레

​일면 <6.25의 노래>가 어린이들이 부르기에는 그 가사가 너무 극단적인 용어로 구성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나 남침을 통해 100만 명이 넘는 무고한 동족의 인명을 살상했고, 지금도 가공할 위력의 핵미사일을 동족에게 향하며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는 저들은 반드시 “쳐서 무찔러”야 할 원수 임에 틀림 없습니다.

어느새 이 나라에서 '조국(祖國)'은 온데간데없고 '원수'는 어느새 다정한 친구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우리 국방부가 제작한 포스터에 국군과 인민군이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 말썽이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림 한 장으로 원수가 친구로 변한 해프닝(Happening)입니다.

6.25의 처참함을 모르고 자라난 우리의 딸은 철없이 북으로 올라가 전쟁 원흉의 품에 안겨 웃음 지었고, 그 장본인이 후일 이 나라의 선량(選良)이 되었는가 하면, 소위 ‘진보’라는 탈을 쓴 종북 정치인들은 북한을 왕래하며, 대(代)를 이어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괴뢰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지금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필자가 초등학생 시절 우리는 “상기하자 6.25!”라는 표어를 늘 입에 달고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온 국민은 철저히 반공을 외쳐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종북, 친북 세력이 국민의 의식 속에 암약(暗躍)하고 있는 모습에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6.25의 노래>를 불러야 합니다. 이 통한(痛恨)의 노래를 더욱 목청 높여 불러야 합니다.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독일의 소설가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의 반전(反戰)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의 마지막 장면이 문득 떠오릅니다.

"피아간(彼我間)에 전투 일체 중지, 서부전선 이상 없음" -참전국 공동 코뮈니케(Communiqué)

지금 우리는 전시(戰時)상태입니다. 과연 우리의 전선(戰線)도 이상 없는 것일까? 이는 2024년 또다시 6.25를 맞이하는 오늘,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야 할 심각한 주제입니다.

매년 6.25를 맞으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 친구 두고 온 하늘 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선 정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파/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碑木)>

이 곡만큼 널리 알려진 가곡도 없거니와, 또한 이 곡만큼 우리의 가슴을 후벼파는 노래도 없습니다. 이 곡을 작곡한 고(故) 장일남 선생은 "이렇게 좋은 시에는 이 곡 이상으로 작곡될 수밖에 없다."고 시(詩)의 탁월함을 높이 평가했지만, 그 선율 또한 단순한 서정 가곡을 뛰어넘어 예술적 향기가 진하게 배어 나오는 명가곡입니다.

이는 우리 민족 모두가 전쟁의 상흔(傷痕)을 가슴에 품은 채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족 고유의 한(恨)과 같은 정감 때문에 더욱 이 곡에 애착이 가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명희 작시, 장일남 작곡 <비목> 바리톤 고성현의 노래로 듣고자 합니다.

 

필자에게는 세 명의 손자와 한 명의 손녀가 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 없으면 난 못 살아....." 하면서 응석을 부리는 손녀를 대할 때면 정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젯밤 이 글을 준비하며 6.25 전쟁 피난 당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마치 우리 손자, 손녀와 비슷한 나이로 보입니다. 필자는 이 사진을 보고 나서 밤 내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피난 당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
피난 당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아이들​

당시 흥남 부두에서 1만4천여 명의 피난민을 태운 기적의 배 ‘메레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 선상에서 어린 딸을 끌어 올리다 손을 놓쳐 생이별을 하게 된 어느 아버지의 처절한 심정을 주제로 만든 노래가 그 유명한 <굳세어라 금순아>입니다. 만일 내 손자, 손녀가 이런 경우를 만난다면.... 하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요즘 정치권에서는 청년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들은 소위 ‘꼰대’를 배격하고 젊음의 정치개혁을 주장합니다. 그 개혁의 주제는 ‘이념보다 어젠다(Agenda)’입니다. 이를 쉽게 말하면 ‘생각보다 행동’이라는 의미와 다를 바 없습니다.

기껏해야 넥타이를 풀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채 국회에 등원(登院)하는 것이 정치개혁일까요? 이런 피상적(皮相的)​ 젊은이들이 지난날 민족의 비극적 정서를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북한은 6.25를 앞둔 최근, 수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여러 곳에서 지뢰매설, 대전차 방벽 작업 중 군사분계선(MDL)을 침범하는 등 군사적 도발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엊그제 러시아의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 동반자(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을 시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 제공)’ 조약을 맺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철통같은 안보 의식으로 하나가 되어 그들의 도발 야욕에 대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위 ’친윤‘, ’비윤‘, ’반윤’으로 나뉘어 당권 경쟁으로 인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심히 근심스러울 뿐입니다.

올해로 6.25 전쟁 74주년을 맞으면서, 다시는 조국의 땅에서 이런 동족상잔의 비극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6.25의 노래>를 다시 한번 힘차게 불러봅니다.

 

강인

 

예술비평가
사단법인 카프코리아 대표 
국민의힘 국가정책 자문위원(문화)

문화뉴스 / 강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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