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올여름은 태풍(颱風)이 많고 역대급 폭우(暴雨)와 폭염(暴炎)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의 경고가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는 여름 초입부터 무더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14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2도(32℃)를 넘었고, 남부 지역은 닷새째 폭염주의보가 이어졌다. 6월 17일도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낮 최고기온은 26∼33℃로 예보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 이상(경상권 내륙 33℃ 내외)으로 오르는 곳이 많겠다고 예보한다. 일부 전남권과 경상권 내륙을 중심으로 최고 체감온도가 31℃ 이상으로 올라 덥겠다고 한다.

이렇듯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자 질병관리청은 지난 6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질환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낮 최고 기온이 30℃를 훌쩍 넘기는 찜통더위에 6월 들어 하루 평균 10명에 달하는 온열질환자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작업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전년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6월 16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6월 13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176명이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발생한 82명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사망자도 2명이나 나와 긴장감을 더한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으로 열사병과 열탈진 등이 대표적이다. 한편,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로 나눠지는데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하고 폭염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5℃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나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령한다. 올해 폭염주의보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6월 중순 날씨가 이 정도이니 7~8월엔 폭염이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서울에서 4월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오존(O₃)은 일사량이 많을 때 발생하는 데 올 들어 발령된 서울 지역의 오존주의보가 이미 지난해 연간 횟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오존 경보는 주의보, 경보, 중대경보의 세 단계가 있는데 대기 중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12ppm 이상이면 오존주의보에 해당한다. 오존 농도가 1시간 평균 0.30ppm 이상이면 오존경보, 평균 0.50ppm 이상이면 중대경보를 발령한다. 한국의 여름이 6~8월 3개월이 아니라 4월부터 11월까지라고 주장하는 기상학자들이 나올 정도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처럼 기온이 40℃가 넘는 날도 흔해질 것이라고 한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역시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존 C. 머터(JOHN C. MUTTER)’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자연과학자이지만 ‘재난 불평등(The Disaster Profiteers)’에서 자연재해를 사회문제로 확장되는 지점인 ‘파인만의 경계(Feynman line)’를 포착하여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경계에서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다. 쪽방촌 노인들이나 에어컨이 없는 서민들은 이미 하루하루가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택배 노동자들도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고용노동부는 33도 이상일 때 1시간당 10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고 권고는 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선 아예 무시되곤 한다. 지난해 온혈 질환 등으로 인한 폭염 사망자는 32명이나 된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올해는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우려도 매우 크다.

먼저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물‧얼음 등으로 몸을 닦거나 부채 및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리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신속히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는 작은 실천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므로 ▷물 자주 마시기, 시원하게 지내기, ▷더운 시간대에는 활동 자제하기 등 건강수칙(물·그늘·휴식)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는 체온을 상승시키며, 다량의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과음하거나 과용을 피해야 한다. 특히 심혈관질환, 당뇨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위로 인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더위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기존 치료를 잘 유지하면서 무더위에는 활동 강도를 평소보다 낮추는 것이 좋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가능성이 매우 크고, 상위 10%급의 극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크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게다가 올해는 폭우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해수면 고온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기상청은 특히 한반도 남쪽과 동쪽에서 유입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올여름 국지성 ‘극한 호우’가 수시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8월 이후엔 태풍이 예년보다 50% 이상 더 많이 발생하고, 태풍의 이동 경로 자체가 한반도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마저 나온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난해 하천 범람으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목숨을 잃은 뼈아픈 경험이 있고, 경북 예천에서는 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해병대 채모 상병이 순직한 가슴 아픈 기억도 있다. 2년 전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진 악몽이 아직 체 가시지도 않아 공포감까지 든다.

우리는 지금 국지적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일상화하는 ‘뉴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과거의 악몽을 반추하고 각별 유념하여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기후 변화 재난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유연한 선제 대응을 해야 한다. 폭염은 이제 일상적으로 대비해야만 하는 자연 재난이다. 기후재앙 시대에 잦아진 극단적 기상을 ‘뉴노멀’로 상정하고, 재난 대비책과 대응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면밀한 맞춤형 핀셋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약자와 서민 등 취약계층을 잘 살피고, 야외 노동자와 고령의 농어업인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장마와 폭우에 대비해 산사태와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에 주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지적 물 폭탄 폭우로 저지대 반지하에 대한 사전 점검을 통해 만약의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만 한다.

기후 위기와 기상 이변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안이 된 지 오래다. 천재지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대비 부실로 인해 같은 피해가 반복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재(人災)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By failing to prepare, you are preparing to fail)”란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선각(先覺)을 떠 올리고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심정으로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으로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비해야만 한다. 여름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모든 준비는 초과분 또는 잉여분을 내포하며 중복성과 중첩성이 인정되는 ‘가외성(加外性 │ Redundancy)’을 갖고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만 한다.

사진 = 박근종 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사진 = 박근종 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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