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Leverage(차입 투자) 열풍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이어 물가 상승률 둔화가 이어지자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대를 기록하는 건 2021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이대로라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부동산 매수 심리가 꿈틀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9∼5.4%다. 최저 금리가 지난달 초보다 0.54% 내려 3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3.5%보다 낮다. 하반기 중 기준금리 하락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은행의 조달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 6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뒤 변동금리를 적용) 금리와 주기형(5년마다 금리 결정) 고정금리의 최저 금리가 6월 24일부터 연 2.99%의 최저 금리가 적용된다. 앞서 지난 6월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의 5년 고정금리 하단도 연 2.98%를 기록하며 연 2%대로 내려왔다. 지난 6월 21일엔 연 2.94%로 더 떨어졌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연 2%대였던 것은 KB국민은행의 경우 2021년 8월 2.92%로 2년 10개월, 신한은행의 경우 2021년 3월 2.96%로 약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렇듯 시장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6월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 6,362억 원으로 지난 5월 말 703조 2,308억 원보다 이달 들어 20일간 4조 4,054억 원 증가했다. 6월 전체로 보면 5조 2,000억 원 증가한 5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담보대출만 3조 6,802억 원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5% 내로 묶어줄 걸 요청하고 있는데, 5대 은행 대출은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2%나 늘었다.

문제는 대출 부담 감소로 부동산·주식 시장에서 차입 투자 열풍이 재연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의 불안 조짐은 이미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13주 연속 상승하며 31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이 기간 0.15% 오른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021년 이후 약 31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16일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6월 14일 현재 계약일 기준)이 총 1만 7,980건을 기록해 반기 기준 2021년 상반기 2만 5,82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하반기 1만6,653건에 비해서는 8%가 증가한 것이다. 아파트값 급등과 대출이자 하락이 맞물려 머뭇거리던 무주택자들이 부동산 매입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멈춰서면서 주택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가계부채는 국내외 많은 분석기관이 공통적으로 꼽는 한국경제 최대의 뇌관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저리의 정책금융 상품 판매를 금융회사에 압박해 왔다. 지난달 은행권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중 정책금융 비중이 무려 67%나 되는 것은 이를 방증(傍證)한다. 지난 6월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5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 4,000억 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4월과 5월 두 달 동안 늘어난 가계대출만 9조 5,000억 원으로 10조 원에 육박한 상태다. 특히 저금리 정책금융 상품인 디딤돌(주택 구입용)대출과 버팀목(전세 자금용)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5조 7,000억 원에서 디딤돌·버팀목 대출(은행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7%에 달했다. 한쪽에선 대출 총량을 억제하고, 다른 쪽에선 정부의 정책대출을 독려하는 엇박자 대출 정책으로는 다시 꿈틀대는 ‘부동산 광풍’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 주택 공급 계획과 함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제반 규제를 과감히 풀고, 전세 사기 등을 막을 수 있는 제도 정비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하는 정책적 대응과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시간이다.

사진 = 박근종 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사진 = 박근종 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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