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인구 감소-장기 저성장 고착화...촘촘한 정책 마련으로 골든타임 보내야

[문화뉴스 이지영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였다. 이에 따라 20년 뒤에는 경제성장의 핵심인 ‘생산가능인구’가 약 940만 명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하 한미연)이 7일 발표한 ‘2024 인구보고서’에 따르면, 총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 중위연령이 오는 2031년, 50세를 넘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43만명에서 2033년 22만명으로 반토막 나게 되며, 병력 자원 역시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경제성장에 핵심 기반인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 3657만 명에서2044년 2717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소비 활력을 떨어뜨려 내수시장 붕괴를 불러오고, 노인 부양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성장 속도는 급속히 둔화되며,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와 기업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관련 법과 제도 등 정책적 환경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국가적 비상사태인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실질적인 출산율 제고를 위해 재정사업의 구조를 전면 재검토해 전달 체계와 집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사회부총리급’ 총괄부처로 신설해 저출산 대응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이 불러온 인구 절벽의 경고...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책 제고해야 / 사진 = 연합뉴스
저출생이 불러온 인구 절벽의 경고...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책 제고해야 /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며 이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성가족부 존폐 여부 때문이다. 저출생대응기획부가 출범하게 되면 가족지원 사업 등 여성가족부의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구 관련 업무가 저출생대응기획부로 흡수될 것이며, 이럴 경우 여가부의 폐지는 자연스런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여가부 폐지에 줄곧 제동을 걸어온 민주당은 저출생부 신설에 선뜻 찬성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여성가족부의 업무였던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업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없다는 것이 그 의견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실제로 여성의 인권과 성평등을 위한 제도와 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다면 저출생대응기획부는 또다시 유명무실의 부처가 될 수 있다. 저출생 대응을 위한 범부처 기구가 실효성을 다하려면 보다 촘촘한 정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다 명확히 하고, 가임기 여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법과 제도는 무엇인지 살펴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여성 경력단절 우려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지난 4월 발간한 ‘KDI 포커스: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에서는 육아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에 치우친 한국에서 경력단절로 인한 고용상 불이익, 즉 ‘차일드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연구는 “아직 자녀가 없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때문에 경력단절 방지책이 출산율 제고에 핵심일 것이라 짚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단기적 대책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여성에 ‘육아쏠림’ 부담을 떠안기는 사회 규범 변화 필요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1일 한국과 일본에 대한 ‘포커스’를 발간해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며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승진 지연, 가사 분담 문제를 겪는 현실에 있고, 결과적으로 만혼과 늦은 출산이 흔해져 이는 출산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자리 이동성을 촉진해 여성의 고용과 경력 성장 기회를 지원할 것을 조언했으며, 보육시설 확충과 남편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로 남성의 육아 참여도를 높일 것을 제시했다.

임신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 마련

출산을 앞둔 임산부 뿐만 아니라, 임신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지원체계도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한다. 특히 난임 시술에 대한 지역과 나이별 지원 내용과 정도의 차이를 줄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여성 인권과 성평등을 실현하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다 촘촘한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 사이의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고, 가임기 여성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적 규범의 변화를 통해 여성에게만 육아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인구 절벽의 경고를 직시하고, 저출생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불러올 나비효과를 짐작하며 중장기적 목표와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문화뉴스 / 이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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