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7월 7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리뷰] 소름돋는 사이먼표 리얼리즘! 완벽 탈바꿈에 성공한 '벚꽃동산'...전도연, 박해수 열연
[리뷰] 소름돋는 사이먼표 리얼리즘! 완벽 탈바꿈에 성공한 '벚꽃동산'...전도연, 박해수 열연

[문화뉴스 이지영 기자] 연극 '벚꽃동산'의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이 ‘천재 연출가’라는 명성에 걸맞은 실력을 과시했다. 원작의 배경이었던 러시아를 현대 한국 사회의 모습으로 완벽 탈바꿈했다.

안톤 체호프의 유작을 원작으로 한 연극 ‘벚꽃동산’이 막을 올렸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흰색의 계단 집은 작품의 주 무대이자 중요한 배경이 되어 마치 영화 ‘기생충’을 떠오르게 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배우들의 대사는 한국의 현실을 완벽 고증하여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들었다. 한국 영화와 책을 200편 넘게 섭렵했다는 사이먼 스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대의 완성도에는 뛰어난 연출 못지않게 배우들의 활약도 컸다. 전도연과 박해수를 필두로 한 10명의 배우들은 매 순간 열연을 펼치며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들었다. ‘원 캐스트’로 진행되는 공연인만큼 배우들의 빈틈없이 깔끔한 앙상블이 돋보였다.

극은 재벌가 자제인 송도영(전도연)과 그의 가족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하는 상황을 그린다.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지만 배우들이 중간중간 던지는 개그 요소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덕분에 원작에서 체홉이 강조한 희극과 비극의 공존을 맛볼 수 있었다.

27년 만에 연극을 찾은 전도연은 현실감각은 떨어지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가진 재벌가 자제 송도영의 역할을 맡았고, 박해수는 재벌집 운전기사의 아들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황두식을 맡아 묵직한 연기로 작품의 기승전결을 이끌었다.

작품에서는 비중이 적은 배우 하나 없이 모두가 자신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 더욱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최희서가 맡은 강현숙 역은 송도영 집안에 입양된 딸이자 회사의 부사장으로, 홀로 회사의 어려움을 감당해내는 강인하지만 안쓰러운 인물이었다. 이지혜가 맡은 강해나 역은 송도영의 친딸이자 둘째로, ‘재벌가’라는 허울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열정을 따르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송해나와 함께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변동림 역은 남윤호가 맡아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연설을 토해냈다. 송도영의 오빠이자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송재영 역은 손상규가 맡아 어리숙하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끝없는 아재 개그를 날리는 삼촌 김영호 역은 유병훈이 맡아 재치를 보였다. 젊은 세대인 정두나(박유림 )와 이주동(이주원), 그리고 신예빈(이세준 )은 삼각관계의 연애 구도를 보이며 옅은 긴장감을 자아냈다.

잘 준비된 10명의 배우가 동시다발적으로 대사를 뱉어 무대를 꽉 채우는 연출 덕분에 삼각 구도의 집 형태 만큼이나 입체적이었던 연극이었다.

한편 '벚꽃동산'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오는 7월 7일까지 진행된다.

문화뉴스 / 이지영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 LG 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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