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지휘자나 젊은 연주자들의 수혈(輸血)!”

612() 저녁 7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내가 최근 홍진기 창조인상 문화예술부문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말러리안 예술감독 진솔을 중심으로 최고 수준의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결성된 클래식 전문 음악연주단체 아르티제의 연주를 들은 것은 지난해 말러리안 시리즈 6으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말러교향곡 3의 연주였다.

지난 526일 일요일 오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KBS교향악단 제802회 정기연주회 말러교향곡 제3번 연주회를 보고 나서 말러리안 지휘자 진솔은 필자에게 이날의 연주회를 본 소감에 대해 “100분간의 흔들림없는 피에타리 잉키넨의 지휘에다 트럼펫과 트롬본, 팀파니의 에너지가 넘쳤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는데 지난해 730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아르티제가 펼친 말러교향곡 제3번도 말러리안 지휘자 진솔의 이런 100분간의 흔들림없는 지휘와 신진 연주자들의 에너지가 넘친 말러교향곡 연주가 아니었나 싶다.

올해 들어 레퀴엠 연주로 관심을 돌린 아르티제가 첫 레퍼토리로 무대에 올린 지난 612일수요일 저녁의 모차르트 레퀴엠-아르티제 레퀴엠시리즈 vol.1 역시 기성 지휘자들인 전 서울시향 지휘자인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봉을 잡은 2022129일 토요일 오후 5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나 올해 37일 목요일 저녁 정명훈이 바톤을 잡은 KBS교향악단X정명훈의 Choral 1 베르디 레퀴엠들 연주에 비하면 신진 지휘자나 젊은 연주자들의 수혈(輸血)이 느껴진 점에서 신선했다.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에 도전하는 젊은 지휘자나 연주자들, 솔로이스틀의 신선감에서 기성 직업교향악단들의 레퀴엠과 결을 달리했던  아르티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가 끝나고 솔로이스트들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아르티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에 도전하는 젊은 지휘자나 연주자들, 솔로이스틀의 신선감에서 기성 직업교향악단들의 레퀴엠과 결을 달리했던  아르티제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가 끝나고 솔로이스트들이 관객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아르티제)

“’레퀴엠연주에 도전하는 젊은 지휘자나 연주자들의 신선감!”

아르티제의 모차르트 레퀴엠연주는 수평적 소통구조의 독일식 챔버 오케스트라를 표방한 아르티제 캄머오케스터(Artisee K)와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인들을 모아 말러의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기 위해 결성한 말러리안(Artisee D)등 앙상블 아르티제의 행보가 그간 다양한 형태의 참신한 기획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의 도전을 선보여왔다는데 특징이 있는 점에 비춰 레퀴엠연주에 도전하는 젊은 지휘자나 연주자들의 신선감이 느껴지며 이런 신선감이 우선 시야에 들어왔다.

2년전 오스모 벤스케 지휘의 서울시향 레퀴엠 연주가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관객과 인류에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라우타바라의 우리 시대의 레퀴엠’, 다케비츠의 현을 위한 레퀴엠’, 그리고 모차르트의 로버트 레빈판 레퀴엠등 3개의 진혼곡들만 준비한 것에서 레퀴엠 진혼곡이 경견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영혼을 위로하는 종교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자를 위한 미사 및 미사곡이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연초에 어울리지 않을 법 했다는 공연 후에 일부 공연애호가들의 로비에서의 덕담들도 있었지만, 펜데믹 환경 속에서 한해 또 한 번 버틸 위로와 희망을 묵직하게 받았던 서울시향 레퀴엠 연주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르티제 레퀴엠 연주는 신선미란 연주의 결에서 달랐다.

지난 37일의 KBS교향악단X정명훈의 Choral 1 베르디 레퀴엠 연주도 종교음악도 교향악단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로 확실히 정착돼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준 레퀴엠 연주회였다는 점에서 신진 아르티제의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는 이런 종교음악 연주무대에 신진 명함을 내미는 의미가 있었다.

3월초 종교음악 무대를 장식한 KBS교향악단X정명훈 Choral 1 베르디 레퀴엠 연주나 종교음악에서 최근 성가를 떨치고 있는 부천시립합창단 김선아지휘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바흐 요한수난곡을 잇따라 접하고서 영성과 안식을 주는 종교음악 연주들이 기존의 교향악 연주들에만 익숙해있던 관객들의 귀에 새로운 영적 정화(淨化)와 안식(安息)을 가져다주는 체험을 안겨주는 장르로 새롭게 내게 다가왔다.

사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에는 필하모닉스, 필하모닉스 앙상블, 베를린 목관오중주단, 노부스 콰르텟등 콰르텟 연주단체들의 실내악 공연들이 예년의 왈츠와 폴카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들을 다수 대체(代滯)하며 최근 공연장에서 부쩍 앙상블연주의 실내악을 넘치게 한 측면들이 적지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3월초 지난 36일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요한수난곡이나 KBS교향악단이 종교합창곡을 마스터즈 시리즈 테마로 삼아 정명훈과 베르디 레퀴엠, 작품48을 무대에 선보인 것은 종교음악 연주도 국내 교향악단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로 연중 정착돼도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계속 얻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이는 지난

37KBS교향악단의 베르디 레퀴엠 연주의 롯데콘서트홀을 가득 채운 관객의 열기나 공연이 끝나자 로비로 쏟아져나오는 청중들의 인파 속에서 종교음악에 대한 열기 또한 만만치 않았음를 엿보면서 내린 생각들이다.

아르티제의 모차르트 레퀴엠, 속도감있는 진행!”

말러리안 지휘자 진솔이 레퀴엠 시리즈의 첫탄으로 지난 612일 무대에 올린 모차르트 레퀴엠 아르티제 레퀴엠시리즈 vol.1'은 앞서 언급한 대로 지휘자나 연주자들이 신진으로 구성된 점에서 기성의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등 직업교향악단들이 연주한 레퀴엠들과 확연히 다른 결이나 감을 갖게 하는 면들을 갖고 있었다.

우선은 입당송에서부터 진솔 지휘자의 정교하듯한 지휘가 눈에 들어왔고 Kyrie(자비송)에서의 속도감있는 진행, Sequentia(부속가) Recordare(기억하소서!)에서의 알토와 베이스의 조화, 소프라노와 테너의 조화가 느껴졌고 VI. Benedictus(찬미받으소서)에서도 알토 역할을 맡은 성악의 정주연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때문에 기성 직업교향악단들의 연주대비 아르티제의 모차르트 레퀴엠은 전반부에 바흐의 플루트협주곡 라단조가 연주되었음에도 생각보다 연주시간이 짧다는 아쉬움을 갖게 했는데 이는 다분히 진솔 지휘자의 속도감있는 진행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예전 2년전 서울시향의 오스모 벤스케 모차르트 레퀴엠 연주에선 모차르트 레퀴엠에 출연한 솔로이스트들 가운데서 대타로 출연한 서선영의 목소리나 노래가 입당송(introitus)당신을 찬미하나이다, 시온의 신이여하며 읖조리는 순간부터 내 귀를 사로잡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서선영의 성악이 내게 이목을 끄는 순간들은 부속가 경이로운 나팔소리, 온 세상 묘지까지 울려 퍼지며 만인을 왕조 앞에 모으리라기억하소서 자비로운 예수여 저를 위하여 당신 이 땅에 내려오셨음을 하여 그날 저를 버리지 말아주소서로 계속 이어졌다.

이날 모차르트 레퀴엠에서 서선영이 발현한 압권은 영성체송(Communio)에서 발현됐는데 영원한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 주여 당신의 성인들에게처럼 영원토록, 당신은 자비로우시나이다를 부르는 서선영은 대타로 출연해 당당히 성공을 거두는 소프라노의 히로인(heroin) 그 자체로 내게는 이날 비쳐졌다.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베르디 레퀴엠은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로 구성된 솔로 부분이 각각 다른 캐릭터와 감정을 표현하는 데서 복음사가에 다분히 많이 의존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바흐 요한수난곡과 차별점을 갖는 듯 했다. 실제로 지난 36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의 요한수난곡 연주에서도 바흐가 마태수난곡과 마찬가지로 요한 수난곡에서도 복음사가 홍민섭의 레치타티보(영창)를 통해 복음에서 기술되는 예수 수난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려주면서 합창과 아리아등을 더해 복음내용에 대한 신학해석과 신앙의 응답을 시도하는 것을 관객들은 여실히 볼 수 있었다.

지난 37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의 베르디 레퀴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한 연주를 보면서 VII. Libera me(저를 구원하소서)에서 합창과 함께 존재감의 성악을 보인 소프라노 박미자, Ingemisco(저는 탄식하나이다)에서 테너 김우경의 선하신 분이시여 제가 영원한 불속에서 타오르지 않게 하소서하는 열창, Quid sum miser(불쌍한 이)Recordare(기억해주소서)등에서 고른 성악의 활약을 보인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Tuba mirum(오묘한 나팔소리)에서 합창과 함께 역시안방의 무덤에서 모든 이 불러 옥좌앞에 모으도다하는 베이스 심기환등 각각 솔리스트들의 성악이 이런 감정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것등이 KBS교향악단 베르디 레퀴엠 공연에선 기억에 남는다.

베르디의 <레퀴엠>은 지휘자 정명훈의 음악세계를 관통하는 대표 레퍼토리의 하나로 알려져 그는 전세계 수많은 교향악단을 지휘하며 이 작품에 관한 가장 기념비적인 해석을 수도 없이 남겨온 것으로 회자돼왔다. 때문에 대리석처럼 찬란하게 뻗어나가는 정통 이탈리아 성악예술의 자애로운 따뜻함 위에 꿈틀거리며 포효하는 오케스트라의 수직적인 진노가 예술적 장관을 모처럼 연출했다는 데에 관객들의 의견수렴이 모아졌는데 신진 지휘자인 진솔과 아르티제가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새로운 수혈(輸血)을 클래식계에 시도하면서 베르디 드보르자크 포레 브람스 베를리오즈등 세상의 모든 레퀴엠을 차례대로 연주하는 프로젝트에 돌입한 것은 종교음악 확산에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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